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신체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말투와 행동에서도 확연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더 이상 마냥 어리기만 한 아이의 모습이 아닌 느낌에, 익히 들어온 '사춘기'가 현실로 다가오며 부모로서 수많은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도서 《사춘기 잠복수사》는 저자의 독특하고 신뢰감 있는 이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수많은 위기 청소년을 마주한 현장 경험과 숱한 청소년 이론서를 섭렵한 18년 차 베테랑 경찰관이자,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만은 다르겠지'라는 기대를 가졌던 전문가 부모의 솔직한 고백에 깊은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책 속에서는 각 에피소드를 사건화하여 '경찰관 엄마의 근무일지' 형식으로 담아냈습니다. 사건명, 사건 내용, 조치 사항, 비고로 체계적이면서도 위트 있게 정리된 구성이 읽는 재미와 공감을 한층 더해줍니다.

저자가 근무하는 곳은 교육열이 뜨겁기로 유명한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일대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최전선에서 방황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의 사건을 마주하며, 자신의 자녀를 겹쳐 보고 써 내려간 성찰의 문장들이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 "우리는 아이들에게 다른 곳에 내려앉아도 괜찮다고, 착륙지가 조금 달라져도 상관없다고 말해준 적이 있었던가. 추락하는 것들에게는 분명 날개가 있었다. 다만 안전하게 내려앉을 곳이 없었을 뿐이다." (p.91)
🔖 "우리는 사춘기를 서둘러 끝내야 할 '사건'처럼 대하지만, 찬찬히 통과해야 할 '계절'일지도 모른다." (p.100)
부모의 카메라를 극구 피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사진 철벽' 에피소드를 보면서는 둘째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사춘기를 억지로 이해하려 애쓸수록 부모의 속만 시끄러워지므로, 일방적인 이해 대신 '흘려보내기' 방식을 제안합니다. 아이의 날 선 감정에 정면으로 맞서거나 무조건 회피하는 대신, 그 계절이 조용히 지나가도록 안전하게 두는 지혜가 필요함을 일깨워 줍니다.

사춘기 부모의 본질적인 역할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심판관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폭풍우를 견뎌내는 아이의 든든한 '변호인이자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아이의 거친 말투와 침묵은 반항이 아니라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과도기입니다.
🔖 "아이는 자기만의 섬을 짓는 동안 잠시 육지와의 다리를 끊었을 뿐인데, 영원한 단절인 양 호들갑을 떨며 경계했다. 한때 반항의 증거라 확신했던 늦잠은 성장을 견디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단절이라 믿던 짧은 대답은 어른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찾은 언어였다." (p.196)

아이가 자기만의 속도를 찾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안전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 《사춘기 잠복수사》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꺼내어 읽고 싶은 따뜻한 양육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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