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MOM Logo
DADMOMMemoryMap Blog

박완서 자전적 소설 '그남자네집'

박완서 자전적 소설 '그남자네집'

안녕하세요, 두 아이를 키우는 다정한 엄마입니다. 바쁜 육아 틈틈이 제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시간을 찾다가, 이번에 박완서 작가님의 『그 남자네 집』을 읽게 되었어요. 작년 이맘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같은 작품들을 참 재미있게 읽었었거든요. 우리 작가님, 일흔이 훌쩍 넘어서도 이렇게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써내셨다니, 정말 대단하시죠? 수십 년간 가슴에 소중히 품어온 기억들을 풀어놓는 용기, 저도 우리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로 기억될 수 있도록 저만의 이야기들을 잘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소설은 작가님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첫사랑'에 관한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해요. 책장을 넘기자마자 낯익은 지명들이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답니다. 돈암동, 성신여대, 성북 경찰서, 혜화동 고개, 종암동… ‘안감내’는 지금의 성북천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요. 읽으면서 ‘아, 여기 우리 동네잖아!’ 하는 반가움이 몰려오더라고요. 마치 아이들에게 제가 어릴 적 살던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랄까요? 소설 속 '그 남자'네 집인 '홍예문집'은 어떤 모습일까, 저도 모르게 상상하며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한길에서 그 집을 들여다보면 대문이 보이지 않고 고궁에서나 볼 수 있는 홍예문이 보였다. 홍예문은 사랑마당으로 통하는 문이었고 안채로 통하는 대문은 홍예문이 달린 담장과 기역 자로 꺾인 곳에 달려 있었다. 난 왠지 문지방이 돌로 된 위압적인 솟을대문보다는 단아하고 고풍스러운 홍예문에 더 압도당하고 있었다. 추녀를 나란히 한 고만고만한 조선 기와집하고는 격이 달라 보였다. 마침 짐을 나르던 청년이 우리 곁에서 머뭇대며 아는 척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를 보이자 노마님이 우리 막내라고 인사를 시켰다. 서글서글한 미남이었다. (p.20~21)

으리으리한 솟을대문보다는 이렇게 단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홍예문이 훨씬 더 마음을 사로잡더라고요. 마치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이야기 속 한 장면 같았어요. 그리고 노마님이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막내아들이 서글서글한 미남이었다고 하니, 저도 모르게 '부럽다! 저 집 아들!' 하고 혼잣말이 나왔답니다. 하하.

그 남자하고 함께 다닌 곳 치고 아름답지 않은 데가 있었던가. 만일 그 시절에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뭐가 되었을까. 청춘이 생략된 인생, 그건 생각만 해도 그 무의미에 진저리가 쳐졌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감사하며 탐닉하고 있는 건 추억이지 현실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그 한가운데 있지 않았다. 행복을 과장하고 싶을 때는 이미 행복을 통과한 후이다. (p.70)

‘만일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뭐가 되었을까’라는 문장을 읽는데, 저도 모르게 아내를 처음 만났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없는 제 삶은 정말 상상하기 힘들죠. 행복은 늘 지나고 나서야 그 진가를 알게 된다는 말이 딱 맞아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지금 보내는 이 순간들도 나중에 돌아보면 '참 좋았지' 하고 곱씹을 행복일 테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 하루도 아이들과 더 많이 웃고 안아주려고 노력한답니다.

인생, 정답이 없어서 아름답다

노년의 작가님이 카페에 앉아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다가 느낀 점을 쓰신 부분도 정말 인상 깊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여기 있더라고요.

그래,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나는 젊은이들한테 삐치려는 마음을 겨우 이렇게 다독거렸다. (p.102)

아이들이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그걸 '낭비'라 생각하지 말고 마음껏 경험하고 부딪쳐 보라고요. 실패도 성공도 다 소중한 경험이니까요. 저도 아이들이 크면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갈 때, 조바심 내지 않고 이런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싶어요.

‘구슬 같다’는 말의 의미

소설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은 바로 '구슬 같다'는 말이었어요. 첫사랑을 만나 마음이 설렐 때, 주인공은 자신이 '구슬 같다'는 찬사를 받아요. 그이가 저에게 '당신은 구슬 같아요!' 라고 했다면, 아마 제가 며칠 밤낮을 흐뭇해하며 잠 못 이뤘을 거예요. 하하. 그만큼 소중하고 빛나는 느낌이죠.

그가 멋있어 보일수록 나도 예뻐지고 싶었다. 나는 내 몸에 물이 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나를 구슬 같다고 했다. 애인한테보다는 막내 여동생한테나 어울릴 찬사였다. 성에 차지 않았지만 나도 곧 그 말을 좋아하게 되었다. 구슬 같은 눈동자. 구슬 같은 눈물, 구슬 같은 이슬. 구슬 같은 물결... 어디다 그걸 붙여도 그 말은 빛났다. 그해 겨울은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겨울이었다. (p.37~38)

결혼 후 무료한 나날을 보내다 첫사랑을 다시 만날 때도, 주인공은 '다시 한번 구슬 같은 처녀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첫사랑과의 만남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에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마치 중요한 가족 행사를 앞두고 아내가 멋을 부리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늘 봐도 아름답지만, 또 새로운 모습으로 빛나고 싶어 하는 마음,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첫사랑이란 말이 스칠 때마다 지루한 시간은 맥박 치며 빛났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나기까지는 일주일이나 남아 있었지만 오래간만에 맛보는 기다림의 시간은 황홀했다. 무엇을 입고 나갈까, 첫사랑이 긴 치마를 허리띠로 동여매고 시장바구니를 들고 나타난다면 그 남자가 얼마나 실망할까. 나 또한 그 남자가 첫사랑이거늘. 그건 첫사랑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나는 이것저것 좋은 나들이옷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서 나를 비춰보았다. 어떤 옷은 점잖아 보이고, 어떤 옷은 촌스러워 보이고, 간혹 요염해 보이는 옷도 있었다.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남자가 나에게 해준 최초의 찬사는 구슬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구슬 같은 처녀이고 싶었다. (p.169)

세월이 흘러 시력이 희미해진 그 남자와 재회했을 때의 대목은 또 얼마나 가슴 저릿하던지요. 그 남자는 앞이 잘 보이지 않음에도 주인공을 보며 '하나도 안 변했어'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있지도 않은 구슬 같은 처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는 문장에서 사랑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돼요. 세월이 흘러 눈은 희미해졌지만, 그 남자 눈에는 여전히 반짝이는 구슬 같은 처녀가 보이는 거죠. 아, 사랑의 기억이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그리고 인기척을 더듬어 정확하게 나를 바라 보았다. 오래간 만이야. 하나도 안 변했어. 그 남자가 떠듬거리며 말했다. 나는 그가 있지도 않은 포탄 자국을 바라본 것처럼 지금은 있지도 않은 구슬 같은 처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자라지 않는 남자를 어찌할 것인가. 퇴행하여 소년이 된 그 남자와 내가 비교가 되었다. (p.286)

춘희의 깊고 넓은 이야기

소설 중간중간 등장하는 '춘희'라는 인물의 이야기도 정말 인상 깊었어요.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에 생계를 위해 몸을 팔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춘희의 삶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소설이었죠. 전화 속 독백만으로 10페이지에 걸쳐 그동안의 설움과 시대적 상황, 이민자의 삶을 꾹꾹 눌러 담았다는 점에선 정말 감탄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우리 아이들 재워놓고 옆에서 책을 읽는데, 저도 모르게 '이야, 작가님 정말 대단하시다!' 하고 감탄사가 나왔답니다. 박완서 작가님이야말로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읽어나갔어요.

그 남자와의 결별, 그리고 숙연함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반 이상은 추억의 무게이다. 문상은 안 가기로 했다. 결별은 그때 그것으로 족함으로 (p.307)

그리고 마지막, 그 남자와의 결별 장면에서는 가슴이 뭉클했어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반 이상은 추억의 무게’라는 문장에서 세월의 무게와 기억의 소중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비록 결별했지만, 마지막 포옹은 강렬한 감정의 폭발이 아닌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는 표현에서 왠지 모를 숙연함과 동시에 깊은 공감이 느껴졌어요. 때로는 담담한 포옹이 어떤 격정적인 표현보다 더 큰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해진 데는 없었지만 우리 엄마 너무 말랐더라. 그 남자가 말끝을 흐렸다. 울고 있었다. 점점 더 심하게 흐느끼면서 볼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도 애끓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 그 남자를 안았다. 그 남자도 무너지듯이 안겨왔다.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 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우리의 결별은 그것으로 족했다. (p.310)

『그 남자네 집』은 단순한 첫사랑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그리고 고도성장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한 개인의 삶과 감정 변화가 깊이 있게 담겨 있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단순히 연도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은 정말 ‘한국문학의 어머니’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분이세요.

박완서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 세 권을 모두 읽었는데, 늘 드는 공통된 생각이 있어요.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 작가님의 이야기일까?' 하는 궁금증이에요. 그래서 더 재미있고, 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며 제 삶과 가족,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여러분도 아이들 재워놓고 조용히 책 한 권 펼쳐보시는 건 어떠세요?

auto_awesome
구글 제미나이(Gemini) AI 육아코치
권장 나이: 만 7~12세
1

육아 중인 부모가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첫사랑과 삶의 지혜를 되새기고,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로 기억되고자 하는 마음을 나눕니다.

2

부모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성찰하는 시간은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 육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아이에게도 삶의 깊이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3

부모 자신의 성장과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은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와 더 깊이 교감할 수 있습니다.

flag발달 이정표:독서 후기박완서 그 남자네 집박완서 소설박완서 작가성장일기아빠의 독서자전적 소설책 추천첫사랑 소설한국 현대사 소설한국문학그 남자네 집 박완서

link참고한 외부 정보 및 링크